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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 중간 규모 업데이트 이야기

니코가 어정쩡하게 은밀한 토마토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틀어 가장 은밀한 토마토로 바뀐 과정을 말씀드립니다.

개발자 블로그글쓴이Riot Phlox, Riot GalaxySm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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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여러분, 안녕하세요! 니코 중간 규모 업데이트를 맡은 게임 기획자 에즈라 “Riot Phlox” 린과 QA 엔지니어 Riot GalaxySmash입니다. 오늘은 니코 업데이트 개발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니코 중간 규모 업데이트 작업이 엄청나게 오래 걸린 이유는 새로운 기본 지속 효과와 이에 따른 버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버그가 아니라 니코입니다. 그럼 지체 없이 니코 중간 규모 업데이트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새벽의 실마리

Riot Phlox:

작년 초 무렵 니코 생각에 잠겼습니다. 엉뚱한 도마뱀 소녀 니코는 리그 오브 레전드 밖에서 널리 사랑받지만, 게임 안에서 니코로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극소수의 일편단심 주력 플레이어뿐입니다. 보통 챔피언 인기도와 게임플레이 인기도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니코는 달랐습니다. 생각하기에 흥미로운 문제이기는 했지만, 다른 작업에 집중해야 했으며 어떡하면 좋을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나 속임수의 고단수라는 니코의 매력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음은 알았습니다.

니코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손꼽는 속임수 능력을 지닌 챔피언처럼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게임 기획에서 속임수라는 개념은 이상합니다. 변신한 상태에서 적중 시 추가 피해를 입히는 효과를 주는 식으로 쉬운 해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변신은 속임수용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입히는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다른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서 일단 제쳐놓기로 했습니다.

몇 주 후 새벽(뿐만 아니라 만우절 직전)에 땀범벅인 채로 깼는데 불현듯 ‘니코가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 수확 없는 생각일 수 있었지만, 일단 적어두고 다시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러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니코 다 변신”이라고 적힌 걸 발견했습니다.

아침의 저는 새벽 3시의 저와 동의했습니다. 니코는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어야 마땅합니다.

니코 중간 규모 업데이트는 이러한 생각, 니코의 가능성에 거는 기대에서 비롯했습니다. 당시 니코는 진정한 속임수를 쓰지 않았지만, 가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기획에 대한 열정

Riot Phlox:

머릿속으로 그린 생각이 플레이할 수 있는 현실로 변하는 과정은 게임 기획의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가장 문제투성이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니코의 첫 프로토타입은 엉망이다 못해 지상 최악의 프로토타입이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습니다.

니코가 유닛으로 변신하면 절반은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었고 심각한 반칙(와드 파편, 자르반 4세의 깃발, 신드라의 구체, 클레드의 궁극기 등)에 해당했습니다. 니코가 이미 사망한 유닛으로 변신하면 ‘쓰레기 수거기’에 처리됐습니다. 그러면 니코의 변신 시각 효과가 나오고 니코가 해당 유닛의 능력치를 물려받았지만, 본모습을 유지했습니다. 깔끔하지 않았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 니코를 이러한 방향으로 개발하면 가망이 있을 듯했습니다. 시도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22년 만우절에 무작위 유닛으로 변할 수 있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사실은 이러한 변신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자 진행한 니코 기본 지속 효과의 테스트였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도 저희만큼 마음에 들어 하셔서, 변신 능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기존 기본 지속 효과는 제한이 매우 심했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길고 피해를 입거나 입히면 풀리는 등 변신 후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규칙이 꼭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모든 규칙을 없앴습니다. 니코의 속임수 능력을 올리려면 결국 규칙 대부분이 사라져야 했습니다. 변신의 귀재가 피해를 입었다고 정체를 들키면 말이 안 되니까요. 니코가 변신한 채 케이틀린의 기본 공격을 14번이나 맞고 싶다면 그럴 수 있어야죠! 대가를 치르더라도 역할극에 계속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 기본 지속 효과는 엔지니어링 팀에 넘긴 후 나머지 스킬을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으로 새로운 기본 지속 효과 구상을 제대로 구현하기까지 어마어마한 엔지니어링 작업이 필요했던 만큼 엔지니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iot Kipp 님 감사합니다♡).

Q - 꽃망울 폭발과 E - 칭칭올가미는 이미 마법사 스킬 구성에 잘 어울리고 재미있는 스킬이며 진정한 속임수 능력을 발휘할 여지는 W - 형상 분리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제 형상은 가끔 상대를 속이지만, 보통은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우선 복제 형상이 니코의 움직임을 반대로 따라 하게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미적분학 예비 과정에서 배운 벡터 지식을 동원했지만, 심각하게 역부족이었습니다(학교는 열심히 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또 다른 엔지니어인 소환사의 협곡 기술 리드 크리스 “Riot Chris Woods” 우즈 님과 게임 분석 팀의 QA 리드 데이브 “Riot Weeknd” 박 님을 소환해 저를 부족한 수학 능력에서 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움직임을 따라 하는 복제 형상은...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난해한 수학 분석으로 움직임을 거꾸로 구현하니 정말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복제 형상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면 상대를 속이는 데 사용할 수 있음을 깨달아서 테스트가 무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나사 빠진 샤코 주력 플레이어로서 다음 생각은 ‘복제 형상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였습니다. 그렇게 기본 지속 효과를 확정하게 됐습니다. 아주 효과적이었죠. 니코는 복제 형상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이제 상대를 속이는 능력의 한계는 플레이어 여러분의 IQ 200짜리 두뇌(저 같은 경우 200년이 넘는 기획 경험)뿐입니다.

그다음에는 귀환으로 상대를 낚거나 적의 게임플레이를 보고 복제 형상과 함께 춤출 수 있게 하는 등 니코의 게임플레이 매력을 더욱더 강화하는 데 전념할 차례였습니다. 니코는 속임수에 가장 능한 챔피언이어야 하므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니코 업데이트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조각은 궁극기였습니다. 솔직히 기존 궁극기는 대처의 여지가 너무 컸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대처의 여지를 줄이려고 하지 않지만, 솔직히... 무작위 총력전에서 눈덩이와 연계해 시원하게 펜타 킬을 낼 때 말고는 솔직히 니코의 궁극기가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궁극기를 준비한 상태로 점멸을 사용해 벽을 넘었는데 착지할 때 적 2명은 점멸로 피하고 다른 1명은 그냥 걸어 나간 상황에서 존야의 모래시계가 재사용 대기 중이라서 죽었을 때요? 기존 궁극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니코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중에 띄우는 효과를 고려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적절합니다. 궁극기에는 이미 1.5초의 지연시간이 있습니다. 연약한 꼬마 도마뱀이 근접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그대로입니다. 변경사항 덕분에 궁극기가 훨씬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가능성의 한계를 보고 싶었습니다.

니코가 궁극기를 사용한 후 착지할 때 본체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4개의 복제 형상을 만들어내는 방안(보셨을 수도 있습니다)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상대를 속이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팀 전투를 니코로 가득 채워서 상황을 파악할 수 없게 했으니까요.

니코가 투명해지는 방안도 테스트해봤고 아군이든 적이든 궁극기 범위 안에 있으면 누구나 변신하는 방안을 테스트하기 직전까지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궁극기에 속임수 요소가 추가로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W - 형상 분리와 기본 지속 효과 변경사항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로써 작업 끝이었습니다! 아, 끝은 아니었죠. 이제 버그를 고칠 시간이었습니다.

(은밀한) 토마토는 개미를 부릅니다

Riot GalaxySmash:

개발을 진행하며 니코는 확실히 토마토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영어 음성 대사에서 본인이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버그가 너무나도 많이 꼬이기 때문이죠. 중간 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 버그는 물론 일상다반사이지만, 니코의 상황은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니코 변경사항이 특이한 이유는 표면적으로 단순하지만,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변경사항은 버그 발생의 소지를 대폭 늘렸습니다. 좋은 소식은 버그 대부분이 엄청나게 웃긴다는 사실입니다. 나쁜 소식은 이러한 버그가 랭크 게임에서 발생하면 게임을 망친다는 것입니다.

니코가 (거의)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게 하니 예상한 대로... 흥미로운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Riot Phlox 님이 말씀드린 대로 니코가 와드 파편, 투명한 미니언, 아무도 못 알아보는 오래전 미니언 등등 의도보다 훨씬 다양하고 엉뚱한 것으로 변신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술적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큰 부분은 미니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기는 하지만, 공격로에서 진격하는 작은 아이들을 무엇으로든 임의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약간 다릅니다.

게임 기술 차원에서 ‘미니언’은 하나의 단위입니다. 이것저것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기반과 비슷한 존재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미니언’의 속성을 수정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속성을 잘못 설정한 바람에 나르가 E - 폴짝으로 다이애나의 Q - 초승달 검기를 밟고 날아가거나 추천 정글 경로가 캠프 사냥을 가로막는 웃긴 버그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게임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데 유용하며 누구나 어렵지 않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니코가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게 했을 때 ‘미니언’도 변신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목숨을 바쳐 우리를 보호해주는 귀여운 아이들 말고 게임을 구성하는 투명한 기반인 그 ‘미니언’ 이야기입니다. 그랬으니 니코를 온갖 버그가 꼬이는 유기농 토마토에서 버그에 조금 더 강한 유전자조작 토마토로 바꾸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버그를 발견하고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했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나가 혼돈을 선사하세요

Riot Phlox: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니코로 플레이하는 경험이 정말 즐겁기를 바랍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어떠한 니코 속임수를 개발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카멜레온 여러분, 혼란을 야기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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