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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기획 해설: 벨베스

공허의 여제 앞에서는 누구나 무릎을 꿇기 마련입니다.

개발자 블로그글쓴이SMALL BABY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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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는 생명의 정반대입니다. 실존의 종말, ‘무’를 원합니다

그러나 벨베스는 모든 것을 원합니다.

지금이 되어서야 화면에 등장했지만, 공허의 여제는 언제나 필연이었습니다. 벨베스는 공허 속에서 내부로부터 변화를 야기하며 증식해온 암의 숙명적인 결과입니다. 그동안 암의 증식은 은연중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허의 지도자

예전부터 공허는 라이엇 내부에서조차 어딘가 불가사의한 개념으로 여겨졌습니다. 복잡하고 압도적으로 강력한 개념이며 물질 세계의 파괴가 목표입니다. 공허 챔피언의 몸은 곤충 같거나 선사시대에 유래한 듯하거나 질척질척합니다. 렉사이 광팬들이 뭐라 해도 공허 챔피언은 인간성과 거리가 멉니다.

챔피언 팀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공허의 진화를 도모하며 서사의 여지를 늘려줄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공허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미래에 갈등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챔피언이 목표였습니다.

수석 서사 작가 재러드 “Carnival Knights” 로즌 님은 “목소리와 역할이 확실한 지도자가 필요했습니다. 모습과 행동이 지금까지 봐온 공허 챔피언과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공허 대부분과 더불어 공허의 신적인 주인인 주시자들은 무의 평온함으로 돌아가고자 실존의 종말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공허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새로운 일부의 목표는 옛 공허와 전적으로 다릅니다.

공허 안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새로운 공간인 연보랏빛 바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려고 합니다. 옛 공허가 추구하는 목표와 완전히 대립하는 계획이죠. 연보랏빛 바다는 물질 세계를 잠식해가며 붕괴되고 변질된 모습으로 재창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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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바다는 물질 세계가 왜곡되고 다른 목적에 맞게 바뀐 곳입니다.

말자하가 부산한 대도시 벨베스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공허 균열을 열자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흡수됩니다. 그러면서 몰아치며 자라나는 악성 종양처럼 새로운 존재가 탄생합니다. 벨베스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Carnival Knights 님은 “벨베스는 새로운 공허를 그리는 악의적인 전이성 암이 낳은 산물입니다. 암 덩어리는 지도자를 찾습니다. 지상 세계와 닮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벨베스를 만들어냅니다”라고 말합니다.

집어삼켜진 도시에 살았던 모든 존재의 머릿속에 있던 정보는 모두 흡수되어 벨베스를 만들어내는 데 쓰입니다. 벨베스는 갓 ‘태어난’ 존재이지만, 그 정보를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를 이해합니다.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arnival Knights 님은 “벨베스는 근본적으로 갓난아기나 다름없지만, 수백만 년(편집자의 첨언: 분명 2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지식이 압축되어 머릿속에 들어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배고픈 아기 공허 여제는 무엇을 원할까요? 당연히 세상 만물을 집어삼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벨베스는 집어삼키기만 하는 데 그칠 생각이 아닙니다.

Carnival Knights 님은 “벨베스는 흡수한 정보를 활용해 견문을 넓히고 현실 세계나 공허의 세계를 상대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현실 세계와 공허 세계를 파괴하면 자신이 그리는 세계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습득하게 됩니다. 전부 집어삼키면 완벽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벨베스는 일반적인 ‘사악한’ 캐릭터와 다릅니다. 물론 체계적이고 계획적이기는 하지만, 자만하지는 않습니다. 거짓말은 절대 안 합니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계산해보니 자신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뿐입니다. 벨베스의 승리는 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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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가 다시 태어나려면 주시자가 죽어야 하는 법.” - 게임 내에서 벨코즈 처치 시 벨베스의 대사

벨베스의 부상과 새로이 눈뜬 공허가 공허 챔피언에게 의미하는 바는 각기 다릅니다.

벨코즈와 주시자들에게 벨베스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존재하기를 원하는 공허 생명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말자하는 벨베스의 득세에서 기회를 봅니다. 물질 세계의 종말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말자하에게는 벨베스가 제시하는 공허의 새로운 앞길이 마음에 듭니다.

동물에 더 가까운 공허 생명체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식조차 못 할 수 있습니다. 동물적인 어머니 렉사이는 자식인 제르사이를 벨베스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겠다는 본능을 느낍니다. 초가스, 코그모, 카직스와 같은 생명체는 벨베스와 손을 잡거나 벨베스에 의해 강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카이사와 카사딘의 경우... 정황에 따른 불쾌한 동맹을 벨베스와 맺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Carnival Knights 님은 “나를 잡아먹겠다는 생명체와 손을 잡아야 할까요? 다른 적부터 상대할 테니 그러면 아마 벨베스에게 잡아먹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죠? 아니면 벨베스를 죽일 생각으로 덤비는 게 나을까요? 그랬다가 패배하면 어차피 주시자들이 모든 걸 파괴하는 상황이 벌어지겠죠?”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벨베스의 기원에 불과합니다. 벨베스의 비상은 다가올 미래입니다. 벨베스는 당분간 연보랏빛 바다에 머물 것입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서 룬테라가 자신을 상대할 수밖에 없게 되는 날을 기다리며 힘을 키웁니다.

심연에서 유래한 존재

벨베스는 공허의 서사와 공허가 룬테라에 끼치는 영향을 확장할 기회뿐만 아니라 공허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기존 공허 생명체는 딱딱하고 뼈 같은 모양이 많은 곤충 혹은 외계 생명체의 모습이었습니다. 벨베스를 기획할 때는 더 자연적인 방향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진균과 심해 생물에서 영감을 얻고자 했습니다. 경외감뿐만 아니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컨셉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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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디렉터 래리 “TheBravoRay” 레이 님은 오래전 멀고 먼 소규모 인디 회사에서 보류되었던 컨셉인 공허 가오리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TheBravoRay 님은 “공허 가오리는 10여 년 전에 보류되었던 컨셉입니다. 브랜든 ‘라이즈’ 벡 님과 마크 ‘트린다미어’ 메릴 님의 승인을 받은 컨셉이었지만, 당시에 걸맞은 스킬 구성을 못 찾았고 가오리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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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래리 레이(Ray: 가오리) 님은 거대한 가오리를 소환사의 협곡에 내보낼 날을 지난 10년 동안 기다려왔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가오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가오리 형태는 벨베스의 유일한 모습이 아닙니다. 사실 본모습인 가오리 형태는 보통 드러내지 않습니다.

외형에서 심해의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한 후 미끼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머리에 빛나는 촉수가 달린 아귀나 생체 발광하는 둥글납작한 눈이 있는 생물 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냥감이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릴 때면 이미 잡아먹히기 일보 직전이죠.

이는 벨베스가 사냥하는 방식과 완전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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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공허충

벨베스는 흡수한 정보를 활용해 여인의 모습을 흉내 내기로 합니다. 가오리 형태의 몸 위에 자리 잡은 허울뿐인 머리는 머리털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늘어뜨린 유려한 지느러미로 덮여 있습니다. 가오리 ‘날개’는 제왕에게 걸맞은 망토처럼 몸에 둘렀습니다. 촉수밖에 없음에도 다리가 있는 듯한 걸음걸이로 움직입니다. 괴상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영혼은 전혀 없습니다.

TheBravoRay 님은 “공허에 아름다움과 위험, 공포를 결합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벨베스는 본모습을 드러내 가오리의 형태를 하고 있을 때 가장 강력하고 가장 섬뜩합니다.

Carnival Knights 님은 “벨베스가 날개를 펼치고 인간의 머리가 사라지면 ‘아, 원래는 저런 거구나. 망했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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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은 벨베스가 내는 소리를 끔찍하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리드 사운드 디자이너 브랜든 “Riot Sound Bear” 리더 님은 과거에 진행한 카이사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공허의 여제에게 걸맞은 음향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Riot Sound Bear 님은 “보라색이나 회색, 분홍색에 어울리는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끈적거리거나 후두음 같은 질감의 소리가 많았습니다. 두껍고 둥근, 자연적인 동시에 인위적인 소리였죠. 그다음 제 음성과 입으로 내는 소리를 마이크로 녹음해서 유기적인 질감을 더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식을 넓히기 위해 모든 것을 흡수하겠다는 벨베스의 최종 목표를 더욱더 잘 반영하고자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Riot Sound Bear 님은 “벨베스가 기존 공허 챔피언의 음향 효과를 흡수한다면 엄청나게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허 챔피언들의 대표 음향 효과를 재가공하고 재창조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공허의 딸과 공허의 여제가 만나면 이렇게 됩니다.
굵직하고 저음이 강한 벨코즈의 음성이 벨베스에게 맞게 바뀌었습니다.
렉사이가 내는 소리는 벨베스가 궁극기를 사용할 때 나오는 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Riot Sound Bear 님은 이렇게 흡수된 공허 챔피언의 음향 효과를 기반으로 벨베스의 섬뜩한 소리를 구현했습니다.

정글을 집어삼키기 위한 능력

벨베스가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은 배경 이야기와 외형에서 끝나지 않고 협곡에서도 느껴집니다. 게임 기획자 어거스트 “August” 브라우닝 님과 조너선 “EndlessPillows” 풀러 님 덕분에 벨베스는 게임 후반에 공포를 선사합니다.

벨베스 스킬 구성의 중심은 정글에서 포식하는 것입니다. (랭크 게임에서 만나는 팀원처럼 포식당하지 않습니다.) 벨베스는 날개에 닿는다면 무엇이든지 집어삼키고 싶어 합니다. 벨베스가 대형 몬스터 또는 챔피언을 흡수(처치)하면 공격 속도를 올려주는 중첩이 쌓이는데... 끝없이 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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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스의 궁극기도 주목할 만합니다. 벨베스 기획을 시작하며 August 님은 벨베스의 본모습이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처럼 느껴지는 궁극기를 바랐습니다.

August 님은 “벨베스의 허울에 속아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봤습니다. 벨베스에게 사로잡히면 어떻게 될까요? 궁극기는 이를 게임 내에서 표현한 것입니다. 벨베스에게 사로잡히고 처치당한 뒤 육체가 잡아먹힙니다. 벨베스는 이렇게 얻은 정기를 활용해 본모습의 장려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참고로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티끌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냥 성난 거대 가오리일 뿐이죠”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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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스의 기본 스킬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강력하므로 궁극기는 전투 중 폭발적인 순간을 선사하는 도구보다는 장시간에 걸쳐 작용하는 강화제에 가깝습니다. 사냥감의 몸을 집어삼키면 벨베스는 잠시 본모습을 드러내 최대 체력, 비전투 시 이동 속도, 공격 사거리, 총 공격 속도가 증가합니다. 또한 본모습일 때는 Q - 공허 쇄도의 돌진으로 벽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벨베스의 궁극기는 팀 전투를 풀어나갈 때든, 공격로를 밀 때든, 내셔 남작을 사냥할 때든, 아니면 물질 세계의 종말을 도모할 때든 원하는 곳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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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스의 W - 위와 아래는 피해를 입히고 적을 공중으로 띄워 올리며 둔화시킵니다.

August 님은 “대부분의 근접 챔피언처럼 전투 중에 활용할 수 있는 믿음직한 궁극기가 벨베스에게 정말 필요한지를 고민했습니다. 기본 스킬에 이미 피해를 입히는 능력과 이동 능력이 많으니 그런 궁극기 대신에 여러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을 고려해봤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식이 없으면 공허 엄마라고 할 수 없겠죠? 벨베스의 궁극기로 내셔 남작 또는 협곡의 전령 등 공허 몬스터를 잡아먹으면 공허에서 군대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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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님은 “벨베스는 공허의 여제이니 현실의 이음매를 찢어 열고 이계로 통하는 균열을 만들어 공허를 부르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러한 힘을 표현하고자 벨베스가 내셔 남작이나 협곡의 전령을 잡아먹었을 때 아주 특별한 순간이 펼쳐지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벨베스는 죽은 미니언을 공허충으로 되살립니다”라고 말합니다.

쇠스랑과 ‘200년이 넘는 경험’이라고 써진 피켓을 챙겨서 봉기를 준비하시기 전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벨베스는 게임 초반에 꽤 약합니다(아직은 신생아니까요).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공허 여제의 진정한 힘, 아름다움, 파괴력과 더불어... 엄청난 속도로 찰싹거리는 날갯짓을 모두가 목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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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스는 공허 챔피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거대한 괴물입니다.

Carnival Knights 님은 플레이어 반응을 기대하는 개발팀의 마음을 언급하며 “머리에서 ‘발’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벨베스의 키는 3m이지만, 뿔부터 꼬리까지는 약 5m이고 날개폭은 거의 7m입니다. 레비아탄 형태일 때는 갈리오 급으로 큽니다. 지금 거대한 여인 챔피언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밈이 물밀듯 나오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공허의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거대한 여인이니 응당한 환영입니다.

TheBravoRay 님은 “벨베스는 공허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든 공허에 논리, 감정, 개성을 더해줄 수 있습니다. 공허는 충분히 복잡할 만한 지역이지만, 그동안 그렇지 못했습니다. 벨베스의 출시로 플레이어들이 공허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사실을 눈치채실 수 있기를 바라며... 거대한 가오리를 좋아하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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